ART (HISTORY AND EXHIBITION)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미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는 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독보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두고 충격적이라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역설적으로 그토록 거센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막강한 영향력을 증명합니다.

무엇보다 예술 작품이 관객에게 어떠한 감정을 즉각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작품이 가진 힘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좋은 담론을 담고 있더라도 관객에게 아무런 파동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예술의 핵심 요건인 전달력이 결여된 것입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감상자에게 충격이라는 강렬한 감정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그 메시지의 경중을 떠나 예술적 가치는 이미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 녹아든 세 가지 핵심 철학을 함께 공부하고, 작가에 대한 더 깊이 이해를 가지고 이번 전시를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1.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허스트 예술의 근간은 죽음입니다. 그는 인류가 마주하는 가장 확실한 진실인 죽음을 현대 사회가 얼마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는 죽음을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닌, 묵묵히 관조해야 할 실존적 상태로 제시합니다.

상어나 양 같은 생명체가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긴 채 박제되어 영원히 고정된 이 기괴한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2. 과학과 의학, 현대인의 새로운 신앙

허스트는 현대인이 과거의 종교 대신 '의학'과 '과학'에서 구원을 찾는다고 통찰합니다. 그는 알약, 약병, 해부학적 구조물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이를 마치 성스러운 유물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수천 개의 알약이 나열된 약장(Medicine Cabinets) 시리즈는 마치 현대판 제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질병을 고치고 죽음을 유예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강박적인 욕망과 믿음을 시각화한 결과물입니다.


3. 예술과 상품, 그 모호한 경계를 허물다

그는 예술의 본질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앤디 워홀이 무한 복제 가능한 판화로 예술의 위상을 흔들고, 마르셀 뒤샹이 기성품 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았듯, 허스트 역시 예술의 권위를 풍자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고 시스템을 구축하여 작품을 대량 생산합니다. 특히 조수들이 제작한 점묘화 시리즈는 "예술가의 손길이 반드시 직접 닿아야만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예술 작품의 희소성과 상품성 사이의 모순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우환 작가의 예술은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이나 독특한 조각을 넘어, 서구 현대미술의 문법 위에 동양의 정신과 한국 특유의 자연관을 완벽하게 녹여낸 정수라고 평가받습니다. 많은 작가가 한복이나 도자기 같은 외형적인 소재로 한국성을 찾을 때, 이우환은 ‘비움’, ‘관계’, ‘수행’이라는 철학적 뿌리에서 한국적 현대미술을 길어 올렸습니다. 

 

1. 모노하: 물체 그 자체

이우환 작가가 주도한 일본 전위 예술 운동, '모노하(物派)'의 핵심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거나 가공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모노하는 직역하면 '물건들의 무리'라는 뜻입니다. 1960년대 말, 이우환 작가는 서구 예술처럼 무언가를 깎고 빚어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대신, 자연 그대로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인간의 기술보다 자연의 상태가 더 큰 울림을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는 가공되지 않은 돌이나 나무, 산업의 상징인 철판 등을 있는 그대로 전시장으로 가져왔습니다.

 

2. 관계항(Relatum): 사물과 사물, 혹은 사물과 인간이 만나는 관계

그의 조각 작품 제목은 대부분 '관계항'인데, 이는 사물과 사물, 혹은 사물과 인간이 만나는 관계 그 자체를 작품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산에서 온 돌과 공장에서 만든 철판을 나란히 놓으면 그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과 조화가 생깁니다. 작가는 물체 그 자체만큼이나, 물체가 놓임으로써 생겨나는 주변의 비어있는 공간(여백) 또한 작품의 중요한 일부라고 말합니다.

 

3.점과 선: 시간의 흐름

작가는 점과 선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합니다.

-       점으로부터 (From Point): 붓에 물감을 듬뿍 묻혀 점을 찍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진하고 묵직하지만 뒤로 갈수록 물감이 말라가며 점점 흐릿해지다 결국 사라집니다. 이는 세상의 모든 존재가 태어나고(생성),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결국 사라지는(소멸) 자연의 이치를 보여줍니다.

-       선으로부터 (From Line): 위에서 아래로 길게 그어 내린 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뚜렷했던 선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투명하게 옅어지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선은 화면 끝에서 멈추지만, 그 기운은 캔버스 너머 무한한 공간으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       조응 (Correspondence): 시간이 흐를수록 작가의 화법은 더욱 절제됩니다. 캔버스에 딱 한두 개의 커다란 점만 남기기도 하죠. 여기서 중요한 건 점 자체가 아니라, 그 점 때문에 생겨나는 여백입니다. 


결국 이우환의 예술을 관통하는 핵심은 "자아를 비워내고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세상을 지배하거나 바꾸려 하기보다, 외부 세계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하는 것이죠. 

우리도 세상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우리가 맺고 있는 보이지 않는 관계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한 나만의 리츄얼이 있나요? 그 리츄얼을 하나의 몸짓이나 물건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다 비슷해 보이는 불상에는 불상을 만든 이의 절실한 현생 고민과, 고통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염원이 녹아있습니다.

불상의 손 모양인 수인(手印)은 부처님의 마음가짐을, 손에 든 물건인 지물(持物)은 전공 분야를 보여줍니다. 불상의 수인과 지물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통해 나만의 리츄얼과 지물을 찾아보세요.


- 시무외·여원인 (두려움 제거 & 소원 성취): 오른손은 손바닥을 밖으로 향해 세우고, 왼손은 아래로 내려 손바닥을 보이는 형태.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하는 자비로운 덕을 나타냅니다. (예: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 지권인 (통합과 조화): 주먹 쥔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는 모양. ‘지혜와 어리석음은 본래 하나'라는 뜻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에 대립을 넘어선 통합을 바라는 염원이 담겼습니다. (예: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

- 선정인 (평온과 집중): 두 손을 포개어 배꼽 앞에 두고, 엄지손가락을 가볍게 맞댄 모양입니다. 석가세존이 보리수 아래에서 모든 잡념을 버리고 깊은 명상에 들었을 때 취한 모습입니다. (예: 부여 규암리 금동여래좌상)

- 항마촉지인 (승리와 깨달음): 왼손은 무릎 위에 두고, 오른손은 땅을 향해 뻗어 손가락을 댄 형태. 온갖 유혹과 시련을 물리치고 비로소 진리에 도달했음을 땅의 신에게 증명하는 순간을 형상화했습니다. (예: 석굴암 본존불)

- 전법륜인 (가르침과 전파):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맞대어 바퀴 모양을 만든 형태.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를 사람들에게 처음 설법할 때의 모습으로, 지혜의 가르침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경주 구황동 금동여래좌상)

- 약단지 (건강과 치유): 질병의 고통을 없애주는 약사불이 들고 있습니다.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길 바라는 장수와 건강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예: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 보배 구슬 (광명과 구제): 어둠을 밝혀 소망을 이루어주는 구슬(보주). 사후 세계의 공포를 이겨내고 조상의 넋이 극락에 가길 바라는 효심과 구원의 염원이 서려 있습니다. (예: 고창 선운사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

- 정병 (자비와 정화): 중생의 번뇌를 씻어주는 신비로운 물인 '감로수'가 담긴 병입니다.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상징하며, 메마른 삶을 적셔주는 정화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예: 서울 삼양동 금동관음보살입상)



지난번 촉각에 집중한 공간을 탐구해 보았다면, 이번에는 후각 예술(Olfactory Art)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음식 풍미의 약 80%가 코를 통해 결정될 만큼 냄새는 우리 삶에 밀착되어 있으며, 특정 향기는 순식간에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소환하는 '프루스트 효과'를 일으키는 강력한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호텔들은 이런 후각의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공간의 정체성을 담은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기도 하죠. 예술계에서도 미술, 공연, 공간 등에 향기를 입히는 실험을 지속해 왔습니다.


1. 시셀 톨라스 (Sissel Tolaas)

'냄새 연구가'로서 유기화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를 결합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전 세계의 도시와 사람의 땀 냄새 등을 채집해 2만 개 이상의 아카이브를 구축했으며, 멜버른의 냄새 풍경을 재구성하거나 공포를 느끼는 남성의 땀 냄새를 재현하는 등 냄새를 정보와 감정의 매개체로 활용합니다.


2.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 (Diller Scofidio + Renfro)

건축적 공간 안에 향기를 공기역학적으로 배치하여 보이지 않는 구조물을 설계합니다. 향기를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공간의 부피와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사용하여, 관객의 이동 경로에 따라 변화하는 후각적 지도를 제안합니다.


3. 아니카 이 (Anicka Yi)

박테리아, 발효, 생물학적 향을 활용해 현대 사회의 인종, 젠더, 기술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냅니다. 단순히 향기로운 냄새가 아닌 썩어가는 향이나 인공적인 화학취를 통해 관객에게 낯설고도 강렬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4. 오토봉 인캉가 (Otobong Nkanga)

작품 'Anamnesis(기억)'를 통해 식물과 천연자원의 이동 경로를 후각적으로 추적합니다. 커피, 향신료 등이 깔린 거대한 벽 구조물을 통해 식민지 역사와 자본의 흐름을 체험하게 하며, 냄새가 어떻게 개인과 집단의 역사를 증언하는지 보여줍니다.


5. 피터 드 쿠페르 (Peter de Cupere)

'Tree Virus' 등의 작품을 통해 인류가 마주한 기후 위기를 후각으로 표현합니다. 거대한 비닐 돔 속에 나무를 가둔 뒤, 관람객이 그 안에서 오염된 공기나 인공적인 냄새를 직접 맡게 함으로써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경고합니다. 불쾌한 감각을 통해 우리가 처한 생태적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슬라임, 키캡 키링, 뽁뽁이 같은 피젯 토이(Fidget Toy)가 유행입니다. 얼핏 단순한 손장난처럼 보이지만, 특정 동작을 반복하는 촉각적 행동은 우리 뇌에 ‘지금 이 환경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합니다.

슬라임을 주무르거나 키캡의 딸깍거리다 보면 복잡한 잡념은 사라지고, 오직 손끝에 닿는 현재의 감각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판단 없이 현재를 수용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시각과 청각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질 만큼 정교해졌지만, 촉감과 후각, 미각은 여전히 스크린이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오직 실제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촉각’에 집중한 공간 3곳을 소개해 드립니다.


어둠속의 대화 (Dialogue in the Dark): 완전한 어둠 속에서 시각을 차단한 채, 손끝과 발끝의 감각만으로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특별한 여정이다.


그라운드시소 이스트 <룸 포 원더>: 시각-청각-촉각을 자극하는 다층적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관람객이 작품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전시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공간 오감>: 비장애인에게는 시각 차단 안경을 제공하여, 누구나 반가사유상을 온전히 공감각으로 느껴보는 경험 가능.



지난번 소개해 드린 조선의 표준 샘플, 견양(見樣)을 기억하시나요? 업무의 가이드를 제시했던 견양이 실무 지침서였다면, 오늘은 그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조직의 철학과 노하우가 집약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의궤(儀軌)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결과 보고서를 쓰듯, 조선 시대에도 국가나 왕실의 큰 행사가 끝나면 그 전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궤입니다. 


조선 시대에 이미 매뉴얼의 중요성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의궤에는 참가 인원과 소요 경비는 물론, 심지어 포상 내역까지 아주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보고서라도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겠죠. 의궤는 글로 설명하기 힘든 행사 장면은 그림으로 그린 반차도를 통해, 각종 의복이나 장신구 등은 도설을 통해 시각적인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이렇게 철저한 데이터와 명확한 도식화를 보여주는 《조선왕조의궤》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의궤는 여러 부 제작되어 사고(史庫)에 보관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국왕이 직접 보기 위해 만든 어람용 의궤는 최고급 종이와 초록색 비단 표지로 감싸져 그 품격이 남달랐습니다.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에 의해 무단 반출되었던 이 어람용 의궤들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국립중앙박물관에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후대 사람들이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이 예법에 맞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모범적인 전례를 남긴 의궤를 직접 확인하며, 원활한 프로젝트 진행에서 기록이 가진 힘을 체감해 보시길 바랍니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바로 매뉴얼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업무의 표준화입니다. 표준이 확립되어야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일관된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표준화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현대의 매뉴얼이나 샘플에 해당하는 견양(見樣)이 있었습니다. 이는 국가 행사나 왕실 물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예술성을 유지하도록 규정된 공식 모델이었습니다. 단순히 "예쁘게 만들어라"라는 모호한 지시 대신, 정확한 치수, 재료, 특정한 양식을 따르도록 엄격한 매뉴얼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러한 견양들은 《국조오례서례》와 같은 예서나, 국가의 큰 행사를 기록한 의궤 등에 그림 형태로 상세히 실렸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상설전시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에서는 당시 사용되었던 다양한 견양과 그 결과물들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교하게 규격화된 유물들을 보며, 오늘날 우리가 업무 시스템을 구축할 때 '어떤 방식으로 표준을 만들고 공유해야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이래 첫 상설전”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개관 이후 꾸준히 소장품을 확충해 왔으며, 특히 1,488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11,800여 점에 이르는 미술관 소장품을 이뤄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관 개관 이래 첫 상설전인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한국 현대미술의 방대한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습니다.


“한국현대미술의 6가지 주제 (추상, 실험, 형상, 혼성, 개념, 다큐멘터리)”

한국 미술은 일제강점기 '미술'이라는 개념의 유입과 서구 문물의 수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모방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예술가들은 전쟁과 냉전,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한국만의 특수한 시대 상황에 반응하며 독자적인 역사를 구축해 왔습니다. 서구 미술사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선형적 계보를 그린다면, 한국 현대미술은 다양한 흐름이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으로 교차합니다.이러한 맥락을 반영하여 이번 전시는 시대 구분 대신 추상, 실험, 형상, 혼성, 개념, 다큐멘터리라는 6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국 미술의 줄기를 따라갑니다. 각 시대의 배경 속에서 작가들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어떤 표현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주목한다면, 한국 현대미술이 가진 생명력을 더욱 깊이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제1전시실: 저항에서 확장으로 (1960년대~1980년대): 기성 권위와 이데올로기에 맞서며 미술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

- 제2전시실: 이데올로기의 탈피와 다원적 실천 (1990년대~2010년대): '국가'나 '민족'이라는 거대 담론을 벗어나, 세계화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일상을 다각도로 성찰하는 시기


[1950년대 말~1970년대] 추상

“전위성과 정체성의 모색”

시대적 배경: 국전(국가 미술 전람회)의 보수성에 저항하며 '작가 주체성'을 선언.

특징: 앵포르멜: 한국 전쟁 이후 불안을 거친 질감(마티에르)으로 표현 / 단색화: 70년대 중반, 반복적 행위를 통한 수행성과 백색 담론으로 한국적 모더니즘 구축

대표작가:

-유영국: 산과 같은 자연을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추상화하여 자연의 본질에 접근

-이우환: '선으로부터' 연작을 통해 사물과 세계의 관계성,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표현

-박서보: 연필 선을 수없이 반복하는 ‘묘법’을 통해 무위의 행위를 보여줌

-최욱경: 서구의 추상표현주의를 수용하면서도 한국적 색채와 강한 리듬감을 선보임

-정상화: 물감을 바르고 떼어내기를 반복해 균열된 화면을 구성

-이성자: 음과 양, 여인과 대지 등 동양적 세계관을 기하학적 문양으로 표현


[1960년대 말~1970년대] 실험

“회화를 넘어선 미술의 영역 확장”

시대적 배경: 국가주의와 억압적 정치 상황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신체와 사물로 표출

특징: 평면 회화를 넘어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등 포스트모더니즘적 시도 본격화

대표작가:

-성능경: 당대 유일한 미술 전문지였던 '공간'지를 신체 부위마다 옮겨가며 배치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미술 잡지가 지닌 권위와 그 정당성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질문

-이건용: 화면을 등지거나 옆으로 서는 등 신체적 제약을 가한 상태에서 선을 긋는 '신체 드로잉'을 통해 당시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표현

-곽인식: 인위적으로 유리를 깨뜨린 뒤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을 통해 물질의 파괴와 회복에 주목.

-박현기: 실제 돌 사이에 돌의 영상의 모니터를 쌓아, 실재(돌)와 가상(영상)의 경계를 질문

-김구림: 한국 최초의 실험 영상 '1/24초의 의미'를 통해 급속한 산업화로 변모하는 서울의 풍경과, 그 속 현대인이 느끼는 권태와 소외를 표현


[1980] 형상

“현실을 향한 예술의 응시”

시대적 배경: 80년대 민주화 열망과 산업화에 따른 인간 소외 현상을 직시

특징: 추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접 묘사하는 민중미술과 극사실 회화 등장

대표작가: 

-오윤: '원귀도'를 통해 역사적 비극 속에 희생된 이들을 위령하고 근현대사의 외상을 직시

-민정기: '영화 보고 만족하는 K씨'를 통해 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대중 매체에 의한 통제와 감시를 비판적으로 묘사


[1990] 혼성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

시대적 배경: 세계화와 민주화 이후, 단일한 한국 정체성에서 벗어나 다문화적 감수성 수용

특징: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동서양 양식과 매체를 혼합

대표작가:

-강익중: 3인치 작은 목판 8,500여 개를 이은 '삼라만상'을 통해 수많은 익명의 존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우주를 표현

-김수자: '보따리 트럭' 퍼포먼스를 통해 전 세계 이민자들의 삶과 이주, 경계의 문제를 다룸


[1990] 개념

“사물과 언어 사이의 틈”

시대적 배경: 거대 이념 대신 일상의 소소한 사물과 그 이면의 부조리에 주목

특징: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가 믿는 상식과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짐

대표작가:

-박이소: 강렬한 조명을 설치한 작품 '당신의 밝은 미래는'을 통해 눈부신 낙관주의가 가진 폭력성과 허구성을 고발

-김범: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등 형태와 기능이 어긋난 사물들을 통해 고정관념을 뒤집음

-양혜규: 일상의 사물(건조대, 전구 등)을 엮어 새로운 관계성을 형상화


[2000] 다큐멘터리

“사실과 허구로 재구성한 현실”

시대적 배경: 2000년대 이후 재난, 난민, 불평등 등 동시대적 이슈를 학제적으로 접근

특징: 단순 기록을 넘어 마술, 연극, 영화적 기법을 결합하여 진실의 다면성을 성찰

대표작가:

-정연두: 마술과 실시간 영상을 결합한 ‘시네매지션'을 통해 우리가 믿는 '사실'이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

-박찬경: 전통 무속이나 설화를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죽음과 위협을 위령

-문경원·전준호: '뉴스 프롬 노웨어' 프로젝트를 통해 황폐화된 미래 사회를 상상하며 현재를 비판

-김아영: '다공성 계곡 2'를 통해 예맨 난민 문제를 데이터와 신화적 서사로 엮어 이주민의 주체성 조명



작가 최재은(1953년생)은 조각, 영상, 건축을 넘나들며 생명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이 아주 오래전부터 맺어온 '함께 살자'는 약속을 다섯 가지 테마로 풀어냅니다.



루시(Lucy) - 최초의 인류: 발굴 시 최초의 인류 화석으로 추정되던 ‘루시'에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육각형 세포 구조를 결합해 루시의 골반 형상을 재해석하며 생명의 근원을 시각화합니다.


경종 - 생태적 경고: 하얗게 변해 죽어가는 백화 산호를 통해 환경 파괴의 참혹함을 보여줍니다. 자연이 보내는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공존의 길을 찾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소우주 - 순환의 질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생명들의 흔적을 쫓습니다. 아주 작은 세계 속에서도 거대한 우주와 다름없는 정교한 생명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일깨웁니다.


미명 - 미미한 존재의 이름: 이름 없는 들꽃 560여 점을 채집해 기록했습니다. 소외된 작은 존재들 역시 세상을 구성하는 소중하고 고유한 생명임을 보여줍니다.


자연국가 - 열린 경계: DMZ라는 인간의 인위적인 경계를 허물고, 그곳을 자연이 주인인 국가로 선포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생태 회복을 위한 40여 종의 씨앗과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안합니다.



인류의 탄생부터 미래의 생태까지, 모든 존재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음을 확인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작가의 깊은 사유와 풍부한 서사를 2026년 4월 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직접 경험해 보세요.



인류는 지금 AI가 인간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특이점’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인간의 지능과 노동이 더 이상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예술은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던 19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산업화로 인해 무너진 장인정신과 수공예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는 예술·사회운동 Art & Craft Movement가 일어납니다. 노동의 존엄성과 일상 속 예술을 주창한 이 운동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까요? 

창조의 기쁨을 누리고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태도는, 열정마저 희소해진 이 시대의 해답이 될지도 모릅니다.


산업혁명 이후, 값싼 대량생산품이 퍼지면서 심미적, 구조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물건이 많아졌고, 노동자들은 기계의 부속품처럼 소외되었습니다. 1861년에 디자이너이자 시인 William Morris는 Morris & Co.를 설립해 벽지, 직물, 가구 등 수공예 제품을 제작하였습니다. 그는 자연주의적 패턴, 식물 모티프, 전통적 제작 방식을 활용하며, 창조적 기쁨, 기능과 아름다움의 결합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Art & Craft Movement가 시작됩니다.


해당 운동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지녔습니다.

- 수공예 및 장인정신의 가치 중시

- 창조적 노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

- 중세적 길드제 부활 시도

- 미와 기능의 통합

- 예술과 삶의 통합 (Art in everyday life)


고가 수공예 위주의 생산 방식을 강조했기에 널리 확산되기 어려웠지만, 이후 아르 누보(Art Nouveau), 바우하우스(Bauhaus) 등 근대 디자인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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